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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27 라오스 증권거래소 설립과 그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
데푸방 물라랏(60·사진) 라오스 중앙은행 부총재는 라오스 증권거래소 설립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라오스와 한국 정부가 오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두 나라가 식민지 경험 등 역사적·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도 거래소 설립을 도와주겠다는 제의가 많았지만, 한국은 자기 이익만 챙기지 않고 함께 윈-윈(win-win)하려고 노력하는 데 감명받았다"며 "두 나라가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푸방 부총재는 라오스 증권거래소 설립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라오스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은행밖에 없어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었고, 은행은 무수익 여신 비율이 60%에 이르는 등 부실 위험을 안고 있었다"면서 "자본시장이 개설되면 민간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라오스는 2000년 이후 연평균 7%의 높은 경제 성장을 기록 중이고, 정치도 안정돼 있다"며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라오스 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푸방 부총재는 "앞으로 증시가 개설되면 한국에서 더 많은 투자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외곽 폰탄지구에 있는 라오스 증권거래소 건설 현장은 마치 한국의 건설공사장처럼 속도감이 넘치고 있었다. 골조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인부들의 손발과 공사 차량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쉼 없이 움직였다.
캄씽 파타나 현장소장은 "어휴, 위에서 얼마나 공사기간을 맞추라고 닦달을 하는지,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한다니까요. 원래 라오스에서는 생각도 못하는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중요한 건물공사를 맡게 된 것은 큰 자랑"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증권거래소는 '고요한 은둔의 나라' 라오스의 자신감과 경제개혁의 상징이다. 2008년 7.5% 성장을 달성하고 지난해 동남아 최대 체육행사인 동남아시아게임(SEA)을 성공적으로 치른 라오스 정부는 증권거래소를 랜드마크 삼아 폰탄지구 일대를 금융산업 특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몇 안 남은 공산국가 라오스에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을 탄생시키는 산파역할을 한 것은 한국이다.
한국거래소가 라오스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거래소 설립준비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7년. 라오스 정부는 건물과 토지를, 한국거래소는 IT(정보기술)시스템과 교육을 각각 현물 출자하는 동업방식이다. 라오스 증권거래소의 핵심 인프라인 IT시스템에는 한국거래소가 2009년 개발한 '엑스추어(EXTURE)'가 들어간다.
한국이 일본 방식을 그대로 모방해 증권거래소를 개설한 것은 1956년.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증권 거래를 100% 전산화한 것은 1997년이다.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한참 늦었지만, 한국식 거래시스템은 빠른 속도로 해외 신흥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 중이다.
▲ 건설 중인 라오스 증권거래소의 모델은 한국의 증권거래소이다. 지난달 25일 라오스 증권거래소 공사현장에서 한국거래소 송기명 과장(오른쪽 세 번째)과 라오스의 거래소 설립준비위원회 직원들이 하얀색 안전모를 쓴 공사책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규민 기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8년 말레이시아에 이슬람상품 매매시스템 등을 수출했고, 지난해에는 베트남의 차세대 거래시스템 입찰에 참여해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을 제치고 3000만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 캄보디아에서는 라오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증권거래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캄보디아에서 파견근무 중인 한국거래소 민경훈 부장은 "공산주의 국가인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증권거래소라는 주요 기관을 외국과 5대5 합작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흥분했다. 또 "몇 개 나라가 중간에 끼어들어 거래시스템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라오스가 뿌리치고 한국을 택한 것은 한국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거래시스템 수출은 한국의 증권사들이 이들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쓰는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에 한국 증권사들이 익숙한 환경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
만약 아시아 증권시장이 발달해 합병·통합의 바람이 불면 시스템을 장악한 국가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이 동남아시아 증권시장의 표준전쟁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해외사업실 신평호 부장은 "엑스추어 시스템은 외국 시스템에 비해 통합성과 정보처리 속도가 뛰어나고 구축비용도 크게 낮아 빠른 기간 안에 아시아의 허브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국가의 개인투자자들이 한국식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찾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