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견
어디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
<한-라오스 친선협회 제7차 정기총회 후기> 2015.1.7
어디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
운영위원 : 이 순애
잊고 있던 고향냄새가 후욱 코끝을 스쳤다.
왓타이 공항 바깥에 나서자 꽃분홍 유도화와 연노랑 독참파꽃이 서울과 다른 기후라는 걸 한눈에 알면서도 고향에 다시 왔나하는 정겨움에 빠져들었다.
시원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길게 늘이며 일행을 맞은 라오스 국민가수이며 명사회자인 라오스-한국 친선협회(LKFA) 회원 쌍콤씨가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는다 라오스 외무부에서 제공해주는 차량으로폰탄 완사나 호텔로 가는 저녁 무렵, 지난 2월에 왔었는데도 그동안 변화가 많은지 달리는 차가 많아지고 고층건물이 들어차면서 시내거리의 색깔이 놀랄 만큼 화려해졌다.
해마다 한 해가 가는 이맘때 쯤이면 한국과 라오스의 거리는 한 뼘식 좁혀진다.
벌써 일곱 해째, 한국의 서울과 라오스 비엔티엔 에서 한-라오스 친선협회(KLFA)와 라오스-한국 친선협회(LKFA) 간의 정기총회가 어김없이 번갈아 가며 열리기 때문이다. 두 나라간 믿음의 꽃이 피고 번영의 열매를 맺어가는 증거이다.
올해도 21명의 KLFA 의 회원이 회의참석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를 찾았다.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돈과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요 편하고 한가로워서도 아닌 일이다. 다만 20년전 라오스와의 인연으로 그들과 가까이하면서 언제나 환하고 맑은 얼굴에 반해 교류를 계속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거리 중앙로 모퉁이를 돌때마다 라오스기와 태극기가 함께 휘날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아니 우리협회의 위상이 높아져 거국적으로 우리를 환영하나보다.두리번거리는데 누군가가 엊그제 황교안 국무총리가 순방하여 교역과 투자, 수력발전, 새마을 운동 등 협력 방안에 합의하고 그날 몽고로 떠난 사실이 떠올랐다.
국무총리와 우리협회를 동시에 환영하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해석에 모두 즐거웠다
황교안 총리님 덕분에 잊을 수 없는 경험 한가지를 더 할 수 있었다.
순방 총리 관련 업무차 캄수와이 주한 라오스대사가 부임 후 처음으로 고국으로 들어 오신 덕분에 자택으로 초대를 받았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250평 넓은 대지에 키 큰 몇 그루 망고나무 무성한 초록 잎사귀가 불빛에 반짝였다.
지난 2015년 6월 한국으로 부임한 대사님은 전에 함께 근무한 직원들과 동네 주민을 초청하여 동네잔치를 벌인 것이다.
찰밥과 파파야샐러드(탐막쿵) 와 구운 생선 등 라오스 정통음식이 푸짐한 가운데 시원한 라오맥주를 곁들이자 이국의 낯선 사람들도 더욱 살갑게 다가왔다.
앰프시설까지 갖춰놓고 만능 엔터테이너 쌍콤의 사회로 파티가 무르익었다.
춤과 노래와 선물로 일행을 반겨주신 환대에 끌려 여유와 화합과 우정의 아름다움에 무릅 꿇고 싶은 밤이었다.
다음날 개선문 파뚝싸이와 탓루앙 사원을 찾았다. 입구공원에는 여전히 독참파꽃과 새한 주황 떡켐꽃이 일렬로 가지런했다.분홍 빨강 뷰겐베리리아꽃 사이로 사진 찍는 회원들의 얼굴도 꽃을 닮아 화사했다.
파뚝싸이는 프랑스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승리의 문이지만 정작 파리의 개선문을 본따 지은 건물이다.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데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은 시멘트가 삭아 부서질 것 같았다.
전망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사방 주위가 탁 트이고 아름다워서 올라오길 잘 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없이 펼쳐진 이 지역에 마음밭 별장 하나씩 마련해 놓았으니 다음에 올라와 꼭 확인하라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
위대한 탑이라는 탓루앙은 석가모니의 머리카락 사리와 유물을 모신 황금사원이다.
라오스 국기 문양에도 들어가 있는 대표 상징물로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 여기는 사원이다. 신년축하의식인 삐마이 축제와 탓루앙축제 등이 유명하다.
사원 입구 우람한 보리수 나무가 부처님의 열반을 기억하게 했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분수 아래에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공원과 건물에 스며있는 라오스의 영혼을 들여다보았다,
분컷 쌍솜삭 라오스 법무부장관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공식행사로 방문 할때마다 특별초대를 해주시는 장관님의 온화한 모습에 두손을 합장했다. 20년전 한국과 라오스와의 수교 당시 주태국 라오스 대사를 하면서 물밑작업으로 양국 수교에 산증인으로 오회장님과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신다. 이런 우정이 부럽고 자랑스러웠다.
일층에서 마주친 주한 라오스대사관 호안차이 서기관이 장관님의 아들이다.
얼마전 몸이 불편하셔서 고려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내한하셨을 때 정성껏 챙겨주신 우리협회에 무한 애정을 품고 있다. 이제 완쾌하셔서 집무에 전념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점심은 김수권 주라오스한국대사님이 베풀어주셨다
좁쌀 구르다 수박 굴러갔다는 비유로 어제 떠나신 황교안 총리의 라오스 순방을 의미있게 해석하셨다. 사무실에 앉아있기보다는 밖에 나와서 많이 보아야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데 업무에 쫒긴다는 아쉬움을 토로하셨다.
어느 단체이건 규모가 크든작든 처리해야 할 일은 거의 비슷하기에 겪는 어려움을 알 것 같았다.
라오공무원들은 약속시간에 늘 먼저 나와 기다리는 모습, 늘 절제된 언어로 꼭 본인이 해야 할 말만 정확한 시간 내에 마치는 체구 작은 거인과 같다는 경험담을 푸근하게 들려주셨다.
2년 6개월 근무하여 대사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데 라오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외교부에서도 근무선호지역으로 대기자가 많다는 귀뜸을 해주셨다. 마침 동석하신 영사님은 조순 부총리시절 강인수 ㈜ 쌈바스 아사이베리 강 사장님과 경제기획원 과천청사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어 반가움은 배가되었다. 강태이 미혼서기관님은 자유롭게 마음껏 이 나라에서의 외교관 생활을 즐긴다고만족해했다.
라오스국가에서 우리협회 4명의 임원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주관하는 외사처 Dr Mrs Sounthone Xayachak장관님은 얼마전까지 주한대사를 지내신 캄라 싸이야착 전대사의 부인이기에 더 반갑고 의미가 남달랐다.
연 상임이사님, 신관섭 단장님이 훈장을 받는 영예의 주인공.
맑은 개울물 흐르는 산자락 자갈 구르는 소리가 이렇듯 크게 퍼져 나갈까.
장관께서 직접 훈장을 달아 주시는 모습에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
이 행사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빛나는 눈길이 마주친 곳에서 피어나는 꽃 한송이처럼 아름다웠다.
두 나라간 사람과 사람 사이가 오래오래 정답게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곧 외사처 2층 대회의실에서 제7차 회의가 열렸다.
일년전 서울에서 열렸던 6차 총회에서의 만남 이후 일년 만에 만난 초대 주한라오스 초대대사 통사밧 프랏쯔 라-한친선 협회(LKFA) 회장님은 따뜻한 웃음과 악수로 우리 일행을 맞아주셨다.
민간인 신분인 우리측 임원진과는 다르게 라오스측 임원들의 신분은 거의가 현직 공무원인 각부처 ( 산업부 , 투자부, 문공부, 교육부, 외사처 ) 국장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회장 쏨디 산업부 국장 , 이사 투자부 국장 마노통, 이사 문공부 국장 쌀리,
이사 외사처 국장 분양 , 부국장 케오 ,사무총장 전 교육부 국장 쎙솜폰, 회원 교육부 과장 훔판씨 , 회원 쌍콤 , 쏨분 등 각부처마다 골고루 회원을 배치하여 국가차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겠다.
통사밧 회장님은 귀중한 만남이 계속되면서 더욱 행복함을 느낀다고 인사말을 시작하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베풀어준 호의와 얼마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라오스 수교 20주년 행사에 적극 지원해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양국간의 문화교류로 번영과 발전의 이루어지고 의미있는 만남이 영원한 공동체로 이어지는 좋은 기회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라오스 협회측에서는 라오스에 관광과 투자목적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증가하는 현상과 한국대학에 라오스어를 신설하는 계획에 관심이 높았다. 라오스 학생들이 한국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한국문화를 체험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우리를 위하여 라오스 수도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남쪽 지역 견학지를 추천하고 직접 안내해 주신다는 특별메시지를 발표해 지극한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우리협회 오회장님은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2004년 이후 활동상을 생생하게 전해서 모두를 감회에 젖게 만들었다.
송아지 보급, 유치원 지어주기, 유학생 장학금 전달과 한국문화체험 행사, 사랑의 신발 보내기, 의료봉사 등 그동안 애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시간과 정성을 쏟은 보람을 함께 나누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또 하나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세관에서 압류한 신발 5,010켤레를 우리 협회를 통해 라오스에 지원하는
<한-라오스 사랑의 신발 나누는 행복한 미래> 기증식을 가진 일이다.
지난 10월 캄수와이 대사 부부와 오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이 부산세관에서 기증식을 마치고 라오스로 보낸 신발이 미리 도착하였기에 정식으로 기증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훈훈하게 끝난 훈장 수여 장면과 내실있는 정기총회는 그날 저녁 라오스 텔레비전에 생생하고 자세하게 방영되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노력이 쌓이고 쌓여 큰 열매를 맺는 현장이었다.
정재열 부산본부세관장은 2011년 인천세관 재직시에도 우리협회를 통하여 라오스에 신발을 기증한 인연을 시작으로 이번에도 똑같은 지원을 해주셨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홀이 여기지 않는 오회장님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다시 화제에 올랐다.두 번 일어난 일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고 하니 신발 나눠 신고 함께 걷는 세상은 더 넓어지겠지?
다음날 장애인센터와 산높은 곳에 사는 몽족마을 반방후아 산골학교를 방문하였다.
여성 장애인 협회는 태국과 경계지점인 메콩강 옆 우정의 다리가 보이는 아담한 건물이었다. 건물은 이태리와 스페인의 도움을 받아서 지었고 기숙사는 독일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표지판이 또렷했다.
우리 협회에서도 휠체어, 목발, 안경 등 보조장구를 기증하였다.
장애인 젊은 엄마가 어린 꼬마를 바닥에 앉히고 한손만으로 북을 움직이며 비단을 짜고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기술 뿐 아니라 영어나 컴퓨터 등 학교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교육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교육과 의료분야에 대한 투자는 예외가 없는 관심분야였다.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불편하여 보족기를 착용하는 Chanppeng회장은 소프라노 음색이 화려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정부에서 식량을 지원할 뿐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자립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났다
전에는 공터이던 입구에 안내센터를 만들어 기념품 판매와 홍보를 하고 있었다.
전보다 시설도 확장하고 인원도 많아진 것이 다행스러웠다.
건물 뒤켠 화덕불로 찹쌀밥<까노우>를 찌는 냄새가 구수하던 자리에는 단단한 화덕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설이 들어섰다.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지만 무거워 옮길 수 없다는 회원들 표정이 안타깝다.
금일봉을 전달하고 냄비받침과 책갈피, 방석을 사느라 바쁜 일행을 기다리느라 잠시 문밖을 서성였다.
뜨거워지는 햇빛 아래 초록잎새 가득 커다란 나무가 시원스러웠다.
쌍콤씨가 잎사귀를 따주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아무 맛이 없다. 아직 매달리지 않은 열매의 맛은 시다고 알려준다. 나무 이름은 <뇸>이란다. 발음이 어렵지만 재미있어 몇 번을 따라하며 웃어댔다.
다시 두 시간 숲길을 달려 도착한 산골 몽족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몽족은 라오스에서 조금 이질적이고 묘한 존재이다.
산중 깊은 곳에서 화전을 일구며 끼리끼리 뭉쳐 사는데 정부에서는 이들을 산 아래로 내려와 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화전민 생활로 인하여 산림면적이 줄고 생명을 잃는 재앙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이를 종족와해 정책으로 여기는 몽족들과 다른 종족간의 다툼양상으로 번지면서 미묘한 긴장관계도 생긴다고 한다.
몽족 반 방흐아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조그만 아이들이 밖에 나란히 서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산 속의 날씨는 쌀쌀했다.
하필 지금 시기가 겨울방학이어서 집에 있는 아이들을 일부러 불러내어 행사를 하는 것이 미안했다.
학생 370명에 교사가 14명으로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아이들은 춤과 노래로 일행을 환영했고 우리는 신발, 양말, 축구공 등 학용품과 박수로 화답했다.
예상과 달리 학생이 많아서 준비한 과자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을안 조옥란 회장사모님이 급히 몇몇 회원과 함께 근처 조그만 구멍가게로 향하셨다.
가게에 있는 먹을것이란 먹을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싹쓸이한 덕분에 아이들 모두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회장님의 거침없는 행보 뒤에서 세심한 배려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모님이 더 훌륭하다는 감탄사가 유쾌했다.
학교시설은 시멘트로 지은 관리실 한 곳과 갈색 나무를 잇대어 지은 목조교실 2개가 전부였다. 일부전기도 없는 어두컴컴한 교실 흙바닥에서도 아이들의 희망은 자라나겠지.
몽족은 특히 공부를 잘해서 머리를 쓰는 요직에 많이 진출한다고 한다.
몽족이 쓰는 언어는 라오어와도 달라서 라오어를 따로 배워야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살아가는 의지가 한번더 눈길을 끌게 했다.
그 후 며칠 중남부지역 산림이 울창한 캄무완 주를 지나왔다.
베트남, 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라오스 최대의 남턴(힌분)수력발전소에서 관리자에 설명을 들었다.
태국은 원자력발전소의 위험 때문에 원전을 줄이는 대신 가까운 나라 라오스에서 수력발전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여 일부전력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덕분에 라오스는 메콩강과 산림자원을 활용하여 수력발전소를 건립하고 생산전력을 판매하여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발전소 근처의 생활환경은 다른 농촌마을에 비해 상당히 부유해서 주택도 학교환경도 우수했다.
우리나라 SK에서도 서부발전과 함께 이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를 하여 댐건설을 하고 있다이 다행이다.
콩로동굴 로 견학가는 주변 깎아지른 바위산에는 고사목이 즐비했다.
옛날에는 바다였던 자리가 이제 산으로 솟아나 물이 없으니 나무가 말라죽었나보다. 그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으로 서있으니 나무는 과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버티나 보다.
해질녘 산자락 석양 아래 빛나는 고사목은 황홀했다.
별로 눈요기가 없던 캄무완주에 고사목과 콩로동굴이 알려지면서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도로도 좋아지고 고급숙소도 늘었다.
노란꽃 수까트리와 붉은꽃이 화려한 마캄나무가 많았다 .
경치도 뛰어나고 조용해 명상센터를 운영하면 안성맞춤일 것 같은데 이를 예감한 한국인의 발길이 여기를 그대로 놔둘까?
라오스에서 7.5 km로 가장 길어 보트를 타고 둘러보는 콩로동굴을 탐험하였다.
그리고 시코타봉 사원을 둘러보았다.
캄무완 주지사의 저녁식사 초대에 참석하여 격의없이 음식을 나누고 춤으로 환대하니 고맙고 친근했다.
돌아오는 길에 시코타봉 불탑에 들렀다.
부처님 뼈를 보관하기 위해 시코타봉 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타켁에서 메콩강을 따라 가니 나타난 불상은 29 미터에 달하는 황금빛 탑으로 라오스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라고 한다.
여기에서 빌면 안 이루어지는 소원이 없다는 영험한 장소이다.
불상앞에 높이 설치한 막대기에는 소원에 대한 해답이 적힌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를 조심스레 뽑았다.
지금은 힘들고 해결되지 않는 일 있어도 잘 풀릴 거라는 외시처 싸이폰 박사의
해석을 들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낮에는 무척 덥고 밤에는 많이 춥던 지금까지의 라오스 여행경험으로 두꺼운 옷을 준비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낮에도 많이 덥지 않고 밤에도 많이 춥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탓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되었다.
또 한가지 혼자만의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건 한국에서도 끝없이 서식지를 넓혀가는 서양등골나무와 토끼풀 종류가 곳곳마다 널려있는 현장을 목격한 때문이었다.
세계의 거리가 가까워지니 특색도 사라지는 것 같지만 자연과 사람들은 여전히 생김새나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서 재미있다.
캄무완주를 떠날 때 아침일찍 노점상에서 구워서 파는 바나나를 사먹었다.
그 자리에서 3개월째 인도차이나를 야행하는 영국인 교사 한쌍을 만나 반가웠다.
서울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알려주신 아만다 선생님은 1월 말쯤 영국으로 돌아가니 영국에 오면 꼭 들러달라고 했다.
쾌활한 목소리에 여행의 피로는 남아있지 않았다
버스로 이동하며 바깥을 보니 전과 달라진 라오스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엔티엔에는 수십층 고층건물이 날마다 다르게 솟고 있었다.
전에는 집을 나무로만 지었는데 이제는 시멘트로 짓고 있었다.
집 외부도 그냥 시멘트 그대로 칙칙했지만 이제는 색깔 페인트로 벽을 바르는 디자인 혁명이 일고 있었다.
특히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주유소 건물에서 한눈에 색깔혁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늘어나는 차량수에 따라 호황기에 접어든 라오스의 주유소와 달리 한국 주유소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쇠퇴일로를 걷는다.
지난해 폐업한 전국 주유소가 800개를 넘는다니 시대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상관성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어리석은 자와 길벗을 하지말라는 옛 성인의 말씀이 떠오른다.
누구랑 같이 떠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까닭에 함께 한 21명 면면에도 관심이 갔다.
제5차 총회 때와 함께 했던 오회장님 부부, 홍부회장님, 신관섭 단장님과 김경애
사모님, 송인순이사님, 이창배 이사님, 김성중, 임윤채 님, 곽노익총무와는 이제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짐작한다. 곽총무는 공동경비 관리에 사진 찍기에 너무 바빠 돌아올때는 입술이 부르터서 고생을 많이 했다.
조옥란 회장사모님은 친언니와 친동생 세자매가 함께 나타나 부러움을 샀다.
조옥란 큰언니는 조용하고 조경숙 막내동생은 활발하고 사모님은 부드럽게 일행을 잘 챙겨주셨다.
또한 요번 회의에는 경찰 공무원 이며 우리협회 회원이신 4분께서 특별히 휴가를 내어 같이 합류하여 더욱 의미가 있었다, 어린애같이 구김살없는 김성중 여행단장님과 풋풋한 소년같은 임윤채 님 무서운 듯 해도 거침없고 모르는 게 없는 이청남 님 그리고 예리한 눈빛으로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하셔서 무사통과 해결하시는 강금문 님 덕분에 언제나 든든했다.
가장 많은 수확을 안고 돌아온 회원은 ㈜쌈바스 아사이베리 강인수 사장님이다.
자연환경이 좋은 라오스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수건강식품 아이템을 발굴한데다가 대사관 초청식사자리에서 경제기획원 옛동료 영사님과 조우하고 외사처 중국통 싸이폰 박사를 만나 중국유학 경험을 나누며 맘껏 중국어를 사용하더니 결국 의형제까지 맺었기 때문이다.
둘도 없는 이종4촌간인 통큰 사업가 양희옥 회원님과 김현숙 회원님,
최은희 회원이 없으면 풀이 죽다가도 옆에만 있으면 배추잎처럼 싱싱해지는 강종구 회원님, 한국유학을 끝내고 한국에서 통역과 라오스관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친다완, 그리고 라오스를 세 번째 방문한 본인이다.
외사처 직원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다우파숙 탐마코이 비서는 꽃과 나무이름을 잘 알려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꽃 이슬땀 흘리며 다시 찾은 라오스는 결곱게 잘 자라는 나무처럼 푸르렀다.
<연탄재 합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일갈한 안도현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연탄재같이 뜨거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일행을 다독여주신 신관섭 단장님의 말씀을 새기며 한국에 돌아왔다.
라오스 어디를 가나 새벽 4시면 어김없이 힘차게 꼬끼오 목청을 높이던 수탉 우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이제 아침을 맞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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