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견
제5차 KLFA-LKFA 정기총회 참관 이야기(라오스에 다시 가기 위해 돌아온 사람들
제5차 KLFA- LKFA 정기총회 참관 이야기
(라오스에 다시 가기 위해 돌아온 사람들)
2013. 12. 17. 오후 7시 15분 한국-라오스 친섭협회(KLFA) 회원 21명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 다음날 열리는 라오스-한국 친선협회 LKFA와의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일행은 여섯 시간이 지나 베엔티엔 와타이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환하지는 않았지만 소박하고 직원은 편안했다. 다른 나라 공항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아 좋았고 눈을 번뜩이며 취조하듯 위압적이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막 잠들려는 새의 깃털처럼 가볍고 아늑하게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날씨는 서늘했다. 하기야 이곳도 지금은 겨울이고 밤이니까.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자정 시간,
라오스 외무부 직원과 LKFA 쌍콤 회원이 나와 일행을 반겨주었다.
많은 회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쌍콤회원은 특유의 유쾌한 웃음과 몸짓으로 (싸바이디?)를 외치며 회장님과 포옹을 했다. 대기해둔 미니버스 2대를 타고 숙소인 완사나호텔로 향했다. 이년 전 정기회의에 참석했던 회원들은 도로에 차가 굉장히 많아졌다고 눈을 반짝였다. 야자수 나무가 많은 걸 보니 낮에는 덥지 않을까 궁금해하며 숙소에 도착했다. 밖에서 본 호텔은 정원이 넓어 나무가 많았다. 입구에 므앙이라는 키 큰 나무가 오가는 사람을 굽어보고 있었다. 시원스런 수영장을 돌아 올라간 2층 숙소는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부드럽고 세심한 오금선실장님과 한 방을 쓰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밤새 개 짖는 소리에 간간이 뒤척였지만 아주 잘 잤다.
새벽에 오실장님과 근처 골목 주택가를 구경했다.
꽃과 나무가 싱그러운 정원이 딸린 집들은 산뜻하고 여유있어 보였다.
벌써 나와 새벽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황경옥님과 곽노익사장님과 마주쳤다.
숙소 바로 맞은편은 작은 학교였다.
오토바이에 아이를 태워 내려주는 부모, 삼륜차 툭툭이에서 내리는 아이,
걸어서 들어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샛노란 꽃(넝마이)이 풍성하게 담장을 넘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1층 식당으로 내려오니 부지런하신 임원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부드럽고 쫄깃한 바케트빵, 구수한 쌀죽(카오피약), 햄과 소세지, 계란 후라이, 각종 채소와 과일, 커피와 홍차까지 맛깔스럽고 입맛에 잘 맞았다. 인기는 단연 빵과 닭죽이었다. 오래전 라오스에 근무하실 때 맛보던 옛맛 “이 맛이야”을 되살리는 이창열 감사님의 밝은 표정
첫날 오전 일정은 두 편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회장, 부회장, 감사, 고문 다섯 분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 김수권대사님을 방문한 후 라오스 외무부를 courtesy call 일정과. 우리 나머지 16명은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현지사정에 밝은 이창균이사님과 김성중경위님의 도움을 받아 일행은 탓루앙 황금사원으로 갔다.
와! 누워있는 커다란 황금불상이 잔잔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도금이지만 황금을 숭상하는 나라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부처님 가슴뼈 사리를 모시기 위해 세워진 라오스의 상징 탓루앙(위대한 불탑 Great Stupa)은 라오스 화폐에도 새겨져 있었다.
매년 우기가 끝나는 11월경 열리는 탓루앙 축제는 최대의 국가 행사로 대부분 소승불교를 믿는 라오스인들에게는 이 기간 중 이 석탑을 방문하여 예불을 올리는 것이 일생 최고의 영광이고 의무로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라오스 사람이 이곳에서 공양을 드리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신성시 되는데 16세기 중반 셋타티랏 왕(King Setthathilat)에 의해 건축되었다.
사리탑 앞에는 이 왕을 기리는 셋타티랏 왕 동상이 있었다.
사원 뜰의 조경도 아주 훌륭했다. 가는 곳마다 가지런히 초록잎으로 치장한 작은 키에 주황빛 앙증맞은 <러캠>꽃이 즐비했다.
라오스 국화인 독참파꽃은 <러캠 빠>는 중간크기 흰색 바탕 안에 노랑색 무늬가 도드라져 우아했다. 겨울이라서 잎은 지고 없는데 긴 줄기 끝에 하얀 꽃만 오똑 매달려있어 더욱 고고하고 매력적이었다. 나중에 학교를 방문하니 환영의식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월계수 나무와 야자수 파파야 나무 등 이국적인 식물이 많아서인지 공기는 또 얼마나 상큼하던가! 모두 입을 벌리고 공기를 맡을 정도였다.
크기가 70∼80m나 되는 보리수 나무를 찾았다.
그늘 아래 정좌하고 앉아 부처님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생과 사의 의미를 깨달은 부처님처럼 영원과 찰나의 의미를 음미했다.
비엔티엔 정부 종합청사를 지나 라오스 독립기념탑 개선문 (빠뚜사이)에 올랐다.
겉에서는 파리 개선문처럼 프랑스 식민시대 흔적을 엿보게 할 만큼 웅장한데 내부는 시멘트가 벗겨져 보기 흉했다. 나선형 계단은 꼬불꼬불하고 좁았다.
7층으로 되어 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며 각 층마다 진열된 불상, 서적, 장신구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엔티엔 시내의 모습은 질서정연했다. 잘 정돈된 시가지와 관공서, 많은 유적지와 넓은 정원이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주었다.
왓 파깨우 사원을 둘러보며 도로 하나 사이에 마주하는 왓 시사켓(Wat Si Saket)사원을 관람했다.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태국과의 전쟁 때 많은 사원이 파괴된데 비하면 보존이 잘 된 사원이었다.
초기 크메르 왕국 시대의 불상과 은제 불상, 토기 불상 등 6,840여개의 많은 불상이 있었다. 사원 내부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일행 두 분이 간절하게 불공을 드리기에 한 컷 찍었더니 촬영을 금하고 있어 직원이 보는 앞에서 삭제해야 했다. 왕궁에서 결혼 예식 사진을 찍던 예비 신랑신부가 여기에서도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젊고 단아한 신부는 구두가 불편한 것 같은데 잘 참고 웃으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후 외무부 외사처에서 라오스 방문의 최대목적인 제5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공식 참석인원 11명이 옷을 갈아입고 회의장에 도착했다.
(아니,언제 이렇게 말쑥한 정장 차림! ) 캐쥬얼 복장도 괜찮다 했지만 나와 오실장을 빼고는 넥타이에 구두까지 완벽한 복장으로 변신하였다.
먼저 VIP 접견실에서 통사반 차관님의 영접을 받았다. 북부 퐁살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를 권유하며 <자이 타마다 - 편하게 하세요>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차관님은 2005년부터 북한에서 부대사로 근무한 적이 있어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최근 라오스 대통령이 방한하여 양국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이 각 언론에 보도되어 한국인들이 라오스를 잘 알고 있다고 전하자 양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김성중경위님이 차관님의 이미지가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세련된 인상을 말하자 오회장님의 이미지는 라오스인과 비슷하다고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종칠대사님도 라오스에서 초대 참사관 으로 근무할 때 라오스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거드셨다. 다음날부터 학교와 장애인 협회, 맹학교 방문 등 일정을 설명하자 더욱 고마움을 표시한 차관님은 오회장님의 KLFA 활동에 대한 설명에 많은 관심을 표하였다.
자리를 옮겨 오후 세시부터 2층 회의실에서 공식 회의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6년 동안 대사로 재직하신 통사받 LKFA 회장님이 개회를 선언하였다.
전면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LKFA 임원이, 왼쪽에는 KLFA 임원이 자리를 잡았다.
중앙에 앉은 회장님이 먼저 LKFA임원을 소개하였다. 퐁캄 외무부 국장, 케오부국장, 셍솜폰 교육부 국장, 마누통 투자청 부국장, 살리 문화공보부 관광국장, 쌍콤 회원과 외사처 직원 팽송, 팽미 등 10명이었다. 이어서 오회장님이 KLFA 임원 11명을 소개하였다. 홍순유 부회장, 이달연 상임이사, 이종칠 수석고문, 이창열 감사, 신관섭 자문위원, 이창배 이사, 송인순 이사, 이순애 운영위원, 오금선 실장이었다. 특별히 한국대사관 홍성원 영사님이 참석하여 의미를 더 부각시켜 주었다. 통사받 회장님은 그동안 양국관계가 눈에 띌 만큼 발전했으며 깊은 신뢰와 우정을 쌓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치하했다. 오늘까지 이룬 성과를 열거하며 더욱 더 협력과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하였다. 우리의 방문을 축복하는 듯 상서로운 징조로 날씨까지도 맑고 따뜻하다고 긴장을 풀어주었다.
오회장님은 꼼꼼히 준비한 PPT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하였다.
628명 회원으로 구성된 우리협회는 2004년부터 장학금과 의료, 교육지원 사업에서 이제는 양국 국영기업 교류 가교역활 과 유학생에게 부모나 친구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체험활동까지 폭넓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장학금 지원, 문화체험 활동, 대통령 방한 사진 등 생생한 현장중계에 라오스 임원들은 감탄을 표시했다. 회장님은 특히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운영 System 을 라오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제안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체계적인 국립공원관리체계 기법으로 미래의 라오스의 국립공원 관리및 자연환경 보존 등등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송인순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님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 시간이었다.
혼자보다는 양협회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각 부처 고위공무원인 LKFA 임원들이 각기 분야별 공동관심사를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특히 관광과 투자, 교육분야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발표는 시간을 넘겨서까지 계속되어 예정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당일 일정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전반적으로 교육분야 확충을 해야 하지만 특히 유치원 교육이 절실함에도 예산과 학부모 인식 부족으로 시설과 교사가 부족한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힘은 있는데 그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에 초점을 맞춰 의견이 오고갔다.
영어로 관련 주제를 작성하고 유창하게 발표하는 회원들(동시에 공무원)의 성의가 대단했다.라오스의 미래가 밝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이유였다.
요즘 불안한 태국 정세 때문에 송금이 제대로 안 되고 물자수송등 라오스 경제에
많은 지장이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어 들었다.
태국이 기침만 해도 라오스는 독감에 걸릴 정도로 경제 상황 전반에 영향력이 막강했다.
공무원 급여는 낮은 편으로 생활하기에도 빠듯하다지만 그나마 후생복지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편이란다. 우리나라 70년대랑 비슷하잖아요?
LKFA에서는 앞으로 한국에서 유학한 젊은 인재를 영입하여 아이디어 발굴을 조직화하고 운영 기법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우리측에서는 KLFA 본협회가 라오스로 통하는 모든 관문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서로의 활동이 고무적이라는데 입을 모으며 다음 회의는 내년 연말쯤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하였다. LKFA 통사받 회장님은 이번 회의에는 여성 두 명이 참석하여 행사를 빛내주었다고 오금선 실장님과 나를 치켜주셨다.
또한 다음날부터 탓루앙공원에서 열리는 K-POP 한류 확산을 위한 <아세안 청소년 아마츄어 콘서트> 행사 준비에 바쁜 홍성원영사의 참석을 치하하였다.
마지막으로 오회장님은 이번 방문시에 라오항공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덧붙였다.
친절과 관심, 비용은 물론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다음날 <비엔티엔 타임즈> 신문에 총회 관련기사가 사진과 함께 크게 실렸다.
라오스와 한국이 협력을 위해 단단한 결의를 다짐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앞으로 교육분야에 협력을 강화하여 양국이 영원히 함께 발전하기를 모색하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세안 친선협회 중에서도 우리협회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인 결과 자타가 공인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이 여실히 증명된 성과였다.
라오스 국영 TV 방송에서는 우리 총회에 관련된 내용과 , 회의장면이 국내뉴스로 생생하게 여러번 보도되어
현지 라오스 인들에게 양 협회를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LKFA에서 초대한 저녁만찬 장소는 전통식당으로 유명한 쿠알라오 식당,
양측 관계자 30명이 참석했다.
외무부에서 지난 5년간 활동한 성과를 인정하고 마음을 연 결과라고 흐뭇해 하시는 오회장님, 진정 서로의 마음을 여는데 라오스와 관계를 맺기 시작 한 후부터 지금까지 18년이 걸렸다고 회고하는 대목에서 단단한 세월의 깊이가 전해졌다. 그럼에도 LKFA에서 이번 회의를 유치하느라 얼마나 애쓰셨는지를 고마워하는 건배사에 진한 우정이 배어 있었다.
LKFA 통사받 회장님은 좋은 말만 알아도 자랑거리가 많다면서 충청도를 다녀보니 라오스와 비슷한 풍습이 많다고 이야기를 꺼내셨다. 시골에서 여성이 쪼그리고 앉아 불 때는 모습, 바닥에 오므리고 앉아 술 내리는 광경, 엉덩이에 몽고 반점이 박혀 있는 것을 예를 들어 주셨다.
여성회원들은 회장님이 서울 근무하실 때부터 좋아하시는 <아리랑>을 불렀다.
아직도 불완전한 면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양협회의 앞길에는 밝은 빛이 비칠 거라는 희망을 참석자 모두 가슴에 포갠 시간이었다.
다음날 비엔티엔에서 떨어진 셍레나마을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 현판식에 참석했다. 저녁에는 라오스 협회 임원을 초청하여 메콩강 지류 Tang Won에서 선상만찬을 함께 하였다.
학교는 비엔티엔에서 남쪽으로 13번 도로를 따라 48km거리지만 정글이 우거진 산길을 달리느라 버스로는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 내셔널컨벤션센터를 지났다. 지난해 55개국 세계정상회담이 열린 최신식 건물이었다.
건물 옆 넓은 정원 가운데 떡 버티고 선 동상, 바로 라오스 초대 카이손대통령을 기리는 동상이었다. 1975년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공산화 될 때 라오스도 공산화가 되었지만 당시 무혈혁명으로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라오스 화폐마다 카이손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을 만큼 온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통사받 라-한협회 회장님과는 사돈지간이라니 또 한번 놀랐다.
따님이 카이손대통령의 며느리라고 한다. 지금 가고 있는 학교도 회장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되어 인연이 깊었다.
셍레나 마을은 수몰지역 이주민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3년 전부터 우리협회에서 소 60마리를 기증하고 마을 우물을 파주었다. 얼마전에는 우리나라 전기안전공사와 우리 협회가 같이 본 학교를 도와 주어서 이제 유치원 교실 4개를 지어 현판식을 하게 되었다.
시내를 빠져나가니 오른쪽으로 신도시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왼쪽에 있는 국립묘지를 지났다. 전국토의 75%가 산악이지만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평원이 계속 되었다
49개 종족 중 75%가 평야에 사는 라오릉족이라고 한다.
증권거래소가 있는 신도시 주변은 지금도 건물을 짓는 곳이 많이 눈에 띄었다.
기업법인은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토지소유가 불가능하여 외국인들이 현지인 명의로 싼 값에 토지를 사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땅값이 수 배 치솟자 현지인들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명의분이 소송이 늘어나는 것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닮아가는 현상이었다. 전에는 지도층이 관용차를 타고 골프 치러 다니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요즘은 이런 모습에도 반감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회장님 말씀. 공산국가라고 하지만 자본주의와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비리에 반기를 드는 건 세계적인 추세.
그래도 라오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굉장히 높다.
큰 소리를 내서 싸우는 걸 한 번도 본 일이 없다는 회원들 말씀이 진짜란다.
자녀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야단치는 법 없이 스스로 감동하여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가는 길에 과일 노점에서 갖가지 열대 과일을 사느라 잠시 차를 멈춘 사이,
통사받 전대사님과 쌍콤 회원 일행을 만났다.
학교 현판식에 참석하러 일부러 시간을 내신 것이다.
과일 중 가장 먹고 싶었던 망고는 5,6월이 제철이라서 찾아볼 수 없었다. 파파야를 깎아 먹어보라고 건네는 상인의 표정이 밝아서 기분 좋았다. 파파야 씨는 새까만데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 혼자만 씹어보니 매콤쌉쌉했다.
양 쪽 큰 길을 따라 집들이 가지런히 들어서 있었다. 차가 계속 지나 다니니 먼
지와 매연 때문에 앞으로는 도로 뒷쪽에도 집이 들어차겠지.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시야를 가리지 않아 시원스러웠다.
라오스에서 지정한 국립공원 산 을 지나며 비포장이 나타났다. 뒷좌석에 앉으신 송인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님과 김성중, 임윤채 회원님, 곽노익 사장님은 허리가 들썪여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힘들어했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실을 넘겨다보았다. 유치원까지 140명 아이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망울을 굴리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따가운 햇살이 넘쳐나는데 교실 안은 어둑하고 서늘했다. 얇은 흰 블라우스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익숙하게 줄을 맞춰 섰다. 우리를 위하여 합창과 독창을 번갈아 들려주었다.
맨발인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대부분 맨발이었지만 협회에서 꾸준히 신발을 선물해줘서 거의 맨발이 사라졌다고 했다.
회장 사모님 조옥란 여사를 비롯한 <여성 6인방>이 서울에서 개인별로 포장해간 학용품과 과자 꾸러미를 선물하였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기들이 할머니 품에 안겨서 오고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소녀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에게도 여분으로 가져간 선물을 빠짐없이 전달하는 어머님들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달연 이사님이 벽에 현판을 내걸었다.
(한-라오스 친선협회가 마을 어린이를 위하여 건립 기증하였습니다)라고 라오스 글과 한글과 영어로 새긴 간판이었다. 큼지막한 종도 매달았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려고 그 고생도 마다 하지 않았지.>
남편을 이해하는 임성자님의 한 마디에 그동안의 어려움이 녹아내리나 보다.
점심식사를 예약해 놓아 떠나야 한다고 해도 굳이 그냥 보낼 수 없다는 학교측이 제공한 점심시간, 교실에 책상과 의자를 양쪽으로 길게 배치하여 LKFA 회장님, KLFA 회장님, 선생님들, 우리 회원이 마주 앉았다. 찹쌀밥, 생선구이, 갓 따온 오이, 바나나, 상추, 귤이 너무나 정겹고 소박했다.
그런데 눈길을 사로잡은 저 오리주둥이 항아리는 뭘까?
그 유명한 전통 찹쌀술 <라오 하이> 항아리였다.
마시기 전에 병 목까지 채운 쌀겨 위에 가득 물을 붓고는 마주하며 빨대로 빨아먹는 술이다. 막걸리보다 달달하고 조금 독하지만 먹기가 편해 한없이 마시다가 주저앉는다는 술을 나눠 마시며 우애를 다졌다.
슬픔도 빚으면 발효되어 기쁨으로 피어나는 술 <라오 하이>덕분에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공간도 뛰어넘어 하나된 마음으로 학교를 떠났다.
오후 4시가 넘어 메콩강 지류 선착장에 도착하여 배에 올랐다.
전날 만찬에 초대해 준 답례로 우리측이 마련한 선상 송년의 밤이었다.
통사받 전대사와 외사처 직원 두명 그리고 쌍콤회원이 참석했다.
쌍콤 사회자가 한 옥타브 높은 발음으로 <안녕하세여어∼?>로 손을 흔들며 만찬이 시작되었다. 오회장님은 오늘 만찬이 이번 라오스 방문의 클라이막스임을 천명하며 양국의 우정을 기리며 송년회를 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LKFA 회장인 통사받 대사님은 어제의 만남으로 이해와 협력의 장이 완성되었노라며 오늘은 술에 취해야 배에서 내릴 수 있으니 즐겁게 들기를 주문하셨다.
건강에 관심이 많으셔서 <건강하게 사는 법>이란 저서를 출판하신 저자답게 특별요리를 소개하셨으니 그 이름은 바로 튀김요리 <디나이>.
매미도 아니고 땅강아지 비슷한 생물인데 요즘이 제철이란다.
벼를 베고 나면 그 뿌리 밑에서 살아가는 귀한 식품으로 피부 주름개선에 특효라고자랑하셨다. 특히 여성에게 좋아 화장품 원료로 두루 쓰이니 여성들이 많이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자상한 배려. 더구나 라오스 맥주와 궁합이 잘 맞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다만 고혈압이 높은 사람은 머리는 먹지 말아야 한다니 조심하시길.
특별한 음식은 또 있었다.
<민물새우튀김>과 <파파야 생채김치 / 땀마쿵>였다.
민물 작은 새우는 일 년에 두 번이 제철인데 요즘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가 연못 웅덩이에 사는 새우는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파파야가 익기 전에 껍질을 벗기고 채설어 생채를 만든 김치는 매콤새콤하고 시원했다. 고명으로 방울 토마토를 썰어 올려놓으니 금상첨화.
빼놓을 수 없는 음식 한 가지만 더.
메콩강에서 잡은 민물생선을 숯불에 구운 길쭉한 생선요리였다(삥빠).
껍집을 살짝 벗겨 간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였다.
대사님의 조언 한마디.
위쪽 생선을 발라먹고 뒤쪽을 먹으려고 생선을 뒤집으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이유는? 타고 있는 배가 뒤집어진대요. 아유∼, 무서워라.
그런데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셨는지?
전지현과 김수현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김수현이 뒤쪽을 먹으려고 생선을 뒤집으려는 찰나 전지현이 하는 말 (안돼! 생선을 뒤집으면 타고 있는 배가 뒤집어진대)
나는 메콩강 송년의 밤에 하신 통사받 대사님 말씀을 떠올리며 혼자 깔깔댔다.
그럼 어떻게 먹느냐고?
가운데 길게 남은 앙상한 뼈를 들어내고 발라먹으면 간단해.
이창배 이사님이 시범을 보이시니 정말 쉬웠다.
어쨌든 그날 밤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이종칠 라오스 초대 참사관님은 선상 만찬은 생전 처음이라고 유쾌하게 잔을 높이 드셨다. 회장님과 부회장님은 쌍콤의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우리 가요를 불러 분위기를 띄워주셨다. 강물에 반사되는 불빛의 신비에 취해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던 밤.
셋째날은 이른 아침부터 바빴다.
첫날 방문하기로 했던 여성 장애인 협회와 맹인학교를 갔다가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비엔티엔에 남고 한 팀은 방비엥을 거쳐 루앙프라방으로 떠나야 했다.
먼저 여성 장애인 협회를 방문했다. 태국과 경계지점인 메콩강 옆 우정의 다리가 보이는 아담한 건물이었다. 52명이 일을 하는데 5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하기 때문인가 보다. 건물은 이태리와 스페인의 도움으로 기숙사는 독일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표지판이 선명했다. 지금까지 우리 협회의 알선으로 한국에서는 휠체어 60개와 목발, 안경 등 보조장구 6천 만원어치를 기증하였다.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젊은 엄마가 어린 꼬마 두 명을 양쪽 바닥에 앉히고는 왼손만으로 북을 움직이며 비단을 짜고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건물 한 켠에는 화덕의 불로 찹쌀밥<까오니오>를 찌는 냄새가 구수했다.
Chanppeng회장은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불편하여 보족기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높은 소프라노 음색이 어찌나 화려한지 웃음소리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이 담겨 있었다. <보조기구를 기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시골에 사는 장애인에게도 보조기구를 보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장애인 행사>에 초청해주어 고맙다며 회장님과는 이번이 다섯 번째 만남이라고 반가워했다. 정부에서는 일 년에 4t정도 식량을 지원할 뿐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자립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냄비받침과 책갈피, 방석을 사느라 바쁜 일행들, 금일봉을 전달하고 돌아서는 일행을 향해 오래도록 손을 흔들던 장애인들.
공식일정 마지막 순서인 맹학교 방문에는 셍솜폰 교육부 국장님이 동행하셨다.
넓은 입구에는 키카 큰 레몬 나무와 망고나무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단층건물은 깨끗하고 깔끔했다. 한낮이라서 햇볕이 따가운데도 그늘에 줄지어 앉은 아이들은 그래도 추운지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5세에 입학하여 16세까지 교육을 받고 대학이나 직업학교에 진학하는 특수학교였다. 지금 37명이 재학하고 있는데 남녀 학생 11명씩 22명이 우리를 맞았다.
나란히 앉아 합창과 독창을 부르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맑고 높았다.
긴 노랫가사를 완벽하게 부르는 모습에 <신은 모두에게 공평하지요?>를 묻는
김성중 경위님.
눈을 못 보지만 예민한 감각과 놀라운 기억을 주신 신의 가호를 빌었다.
제일 몸집이 작은 남자 아이가 독창을 하면 다른 여자 아이가 이어받아 다시 독창을 하고 나중에는 다 함께 합창을 하며 노래를 마무리했다.
독창하는 아이들 수준이 대단했다.
신관섭 단장님이 일상의 고마움을 표현하시자 오회장님은 오래 머무는 것도 미안하다며 안과의사로 학교를 운영하는 닥터 까빠님께 금일봉을 전달했다.
마음이 여린 회장님이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기부금은 필요한 도서구입과 학습여건 개선을 위해 쓰겠다고 대답했다.
대머리에 하얀 남방을 입은 의사선생님의 큰 키가 조금 작아지는 것 같았다.
노래 부르는 저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 본 이는 누구인가?
재능을 제대로 알아내고 키워주는 능력,
그것이 교육자의 능력이라는 사실에 공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나는 일행을 망고나무가 그늘을 길게 늘이며 배웅해 주었다. <제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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